◆ 인류는 언제부터 비누를 사용했을까?
인류가 비누를 사용해 온 역사는 매우 길지만, 오랫동안 비누는 상류층만 사용하는 사치품에 불과했다. 이러한 한계는 18세기 프랑스 화학자 르블랑에 의해 돌파되었다. 1775년에 과학아카데미는 세탁용 소다에 대한 공모과제를 내걸었고, 르블랑은 1789년에 세계 최초로 인공소다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르블랑 공법은 19세기 전반에 세탁용 소다를 생산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비누의 대중화와 공중보건의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그 후 1863년에는 솔베이 공법이 등장하여 르블랑 공법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비누는 때를 씻어내는 데 쓰는 세정제로 그 어원은 “더러움을 날려 보낸다.”는 뜻의 비루라고 한다.
기름과 재의 만남
비누는 기원전 2800년경에 바빌로니아인들이 처음으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바빌론의 유물을 발굴할 때 비누와 유사한 재료를 담고 있는 진흙으로 만든 원통이 발견되었고, 원통의 측면에 기름과 재를 섞어 비누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었던 것이다. 인류가 고기를 불로 구워서 먹기 시작한 후에 기름과 재가 만날 기회가 많아졌고, 그것이 비누의 탄생으로 이어졌던 셈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사포(Sapo)라는 언덕에 재단을 만든 뒤 양을 태워서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제사가 끝난 후 청소를 맡은 사람이 타고 남은 재를 집으로 가져와 물통에 집어넣었고, 이 물통에서 걸레를 빨던 그의 아내는 때가 쏙 빠지는 것을 발견했다. 물통에 던져진 재 안에 양이 타면서 녹은 기름이 배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로마인들은 이러한 기름 재를 사포라고 불렀고, 그것이 오늘날 ‘솝(soap)’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
중세에 들어서는 기름과 재를 섞는 방법 이외에 새로운 비누 제조법이 시도되기도 했다. 8세기에 사보나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의 지역에서는 올리브와 해초 기름을 사용하여 비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어 12세기에는 잿물 대신에 천연 소다(탄산나트륨의 속칭)를 사용하여 새하얀 비누를 만드는 방법이 개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리브나 천연 소다는 매우 귀한 것이었고, 비누 대중화의 길은 멀기만 했다.
르블랑 공법의 탄생
▲ 르블랑 공법의 개념도
르블랑은 1784년에 42세의 나이로 세탁 소다를 만드는 방법에 도전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어떤 것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염화나트륨에다 당시에 쉽게 구할 수 있던 황산을 섞어 황산나트륨과 염화수소(염산)를 만들었다(2NaCl + H2SO4 → Na2SO4 + 2HCl). 염화나트륨은 매우 안정된 물질이지만, 황산나트륨은 반응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탄산나트륨으로 가는 중간 단계의 물질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황산나트륨에서 탄산나트륨으로 가는 두 번째 단계였다. 르블랑은 철을 만들던 사람들이 목탄으로 탄소를 공급한 것에 주목하여 황산나트륨을 목탄으로 가열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러나 원하는 탄산나트륨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는 5년 동안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해 보았다. 우연한 기회에 르블랑은 목탄과 함께 석회석(CaCO3)을 첨가하여 황산나트륨으로 검은 재(black ash)를 만들었는데, 그 재가 바로 탄산나트륨을 함유하고 있었다(Na2SO4 +CaCO3 + 2C → Na2CO3 + CaS + 2CO2). 이른바 르블랑 공법(Leblanc process)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흥미롭게도 르블랑을 포함한 당시의 과학자들은 석회석이나 탄산나트륨과 같은 물질의 화학적 분자식도 알지 못했다.